
바다가 하나만 있어도 신선하고 풍족한 해산물로 그 고장의 음식은 특별해지기 마련인데, 중국 다롄(大连, 대련)은 중국 동북지방의 내해 보하이해와 한국의 서해, 두 바다가 만나는 천혜의 입지에 자리한 항구 도시로, 이곳의 해산물로 만든 요리들은 ‘신선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생동감이 감돈다.
새벽이면 항구에는 방금 잡아 올린 전복과 성게, 가리비가 쏟아져 나오고, 밤이면 그날 갓 잡은 해산물로 만든 다양한 요리들이 다롄 곳곳의 식당과 야시장에서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최근, 이렇게 풍성한 해산물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물가로 가성비 좋게 즐길 수 있는 미식 여행지로 다롄이 알려지면서, 한국 관광객들도 주말 짧은 짬을 내어 해산물 천국 다롄으로 미식 투어를 떠나곤 하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다롄 맛집을 검색해 보면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메뉴가 바로 ‘성게 만두’다.
다롄이 성게 만두로 유명해지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중국의 보하이해와 한국의 서해가 만나는 다롄은 성게가 서식하기 가장 이상적인 조건인 얕고도 차가우며, 해조류가 풍성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성게에게 이곳은 단순한 서식지를 넘어, 알이 꽉 찬 황금빛 보물을 품게 해주는 최고의 터전이 된다.
그래서일까. 다롄에서는 이런 천혜의 자연이 선물하는 싱싱한 성게를 ‘특별한 재료’가 아닌, ‘일상의 맛’으로 만날 수 있고, 특히 바다의 신선함을 만두 속에 그대로 담아낸 성게 만두는,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다롄이라는 항구 도시 특유의 바다 냄새와 삶의 온기를 동시에 품어내며, 이곳이 왜 미식가들의 성지로 불리는지를 고스란히 증명해준다.
다롄에서 성게 만두를 맛보기 위해 최근 한국 여행객들이 ‘시딩(喜鼎)’이라는 곳을 많이 방문하는 듯 하지만, 입맛이 까다로운 미식가에게 시딩은 만족스러운 맛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시딩이 성게 만두로 유명해진 곳이긴 하지만, 시딩은 살아있는 성게가 아닌 통조림 성게로 속을 채운 만두를 빚기 때문에, 미각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그 특유의 통조림 맛을 바로 알아 차리기 때문이다.
싱싱한 해산물이 특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다롄까지 와서, 블로거들이 맛집이라고 하니 우르르 몰려가 통조림 성게로 만든 만두에 열광하는 우를 범해서 될 일인가. 다롄에는 통조림이 아닌 살아있는 성게를 가지고 맛있는 만두를 빚어내는 맛집이 있다. 다롄까지 왔다면 반드시 살아있는 성게로 속을 채워 빚어낸 이 만두를 맛봐야 한다.
다롄다롄, 그랜드 하얏트 다롄의 시그니처 중식당
레이저쇼로 유명한 성해광장 바로 앞에 위치한, 모든 객실이 오션뷰를 자랑하는 그랜드 하얏트 다롄. 다름아닌 이 호텔의 최고층인 46층에 살아있는 성게로 속을 채워 만드는, 가장 신선한 성게 만두를 맛볼 수 있는 중식당 ‘다롄다롄’이 있다.

그랜드 하얏트 다롄에 총괄 셰프로 새로 부임한 차재용 셰프는 다롄다롄의 성게만두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조미료를 쓰면 누구 입맛에나 맞게 요리하기 정말 쉽죠. 하지만 럭셔리 호텔에서는 조미료를 못 쓰잖아요. 조미료를 안 쓰면서 정말 맛있는 맛을 내기 위해서는 좋은 재료들을 아끼지 않아야 해요. 그런데 보세요. 이곳 다롄은 성게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싱싱한 성게가 넘쳐나는 곳이거든요. 매일 수급해 오는 싱싱한 성게로 속을 꽉 채워 이렇게 만두를 빚어내면 조미료를 넣을 필요가 없어요. 싱싱한 성게에서 나는 그 풍부한 자연의 감칠맛이 바로 오감을 자극하죠. 저기 창밖에 보이는 바다에 들어가지 않으시고도 입안에서 바로 다롄의 바다를 느끼실 수 있어요.”

LVMH가 사랑한 남자, 몰디브 슈발블랑 수석 셰프 출신의 한국인 셰프인 차재용 셰프를 다시 만난 곳은 다소 의외의 장소였지만, 오로지 음식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찬 그가 이곳 다롄의 신선한 식재료들을 이야기하며, 다롄다롄의 성게만두에 대해 소개할 때, 어딘지 모르게 그가 이곳에 있음이 납득이 되었다.
차재용 셰프의 말대로 살아있는 성게를 바로 잡아 속을 채워 만든 만두답게, 다롄다롄 성게만두의 정성껏 잡아올린 만두끝 봉우리에는, 살아있는 성게에서 퍼 낸 성게알 한꼬집을 올려 장식한 걸 볼 수 있다. 다롄다롄의 성게만두는 그 식재료 만큼이나 꽤나 특별하다. 입에 넣고 입안에서 조심히 베어물면, 입안 가득 바다내음이 퍼지며, 지금까지 한번도 맛보지 못한, 만두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

그 유명한 시딩에서 성게 만두를 먹으며 느꼈던 어딘지 모를 찝찌름함과는 사뭇 다르게, 신선한 바다가 그대로 느껴지는 다롄다롄의 성게 만두는 먹으면 먹을수록 더욱 입맛을 돋게 하는 매력이 있다. 역시 음식은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할 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 법이다.
다롄다롄의 성게 만두를 먹고 있자니 다롄다롄의 또다른 성게 요리가 궁금해져 차재용 셰프에게 살아있는 성게로 만든 요리가 더 있는지 물었다. 그는, 이번에 새롭게 개발한 성게 요리가 하나 있는데 시간이 좀 걸리니 저녁에 한 번 더 다롄다롄에 방문해 달라고 했고, 그날 밤 차재용 셰프가 선보이는 천하일미를 맛보기 위해 다롄다롄을 다시 찾았다.

살아있는 싱싱한 성게를 이용한 다롄다롄의 또다른 메뉴는 바로 라오지탕(老鸡汤, 노계탕)이다.

중국의 토종닭을 광동 스타일로 약한불에 오래 끓여 걸쭉하게 만들어 내는 보양탕인데, 여기에 다롄이 위치해 있는 중국 동북 지방의 흑미, 백두산의 자연산 송이버섯, 그리고 이 앞바다의 살아있는 성게를 곁들여 그야말로 동북의 산해진미를 한 그릇에 맛볼 수 있다.
차재용 셰프가 직접 살아있는 성게알을 퍼내 라오지탕을 완성해 준다. 그랜드 하얏트 다롄의 중식당을 찾은 모든 중국 현지인의 이목까지 다 집중되는 순간이다.

이 부근에서 구할 수 있는 좋은 식재료를 다 합쳐 놓았지만, 사실 맛을 보기 전까진 이게 어떤 맛일지 조금도 가늠이 되지 않았다. 라오지탕이 중국에서 유명한 보양식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아직 한번도 맛본적이 없고, 거기에 살아있는 성게와 백두산 자연송이까지 곁들인다? 하지만 다른 그 어느곳에서도 맛볼 수 없는 최고의 성게만두를 맛보았던 다롄다롄 아닌가. 다롄의 싱싱한 성게와 백두산의 자연송이, 동북지방의 흑미까지 한숟가락 가득 떠 라오지탕을 맛본다.

한입 머금자마자, 미묘하게 퍼지는 깊은 단맛과 구수한 풍미가 입안 가득 밀려왔다. 오래 고아낸 토종닭 국물은 국물이라기보다는 스프에 가까웠고, 그 속에는 노계에서만 우러날 수 있는 진한 감칠맛이 응축되어 있었다. 기름지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은 국물은 마치 몸 속 곳곳을 차분히 적셔주는 듯 부드럽게 스며들었고, 혀끝에 닿는 송이 향은 고요하지만 분명하게 살아 있었다. 백두산 자연송이 특유의 은은한 풍미와 성게의 해풍 어린 단맛이 어우러지며, 차 셰프가 이 탕을 맛보기 위해 왜 다시 꼭 다롄다롄을 방문하라고 했는지 단번에 알아차리게 됐다.
동북의 흑미는 센불에 볶아 마치 고소한 튀밥같이 알알이 살아 있었고, 씹을 때마다 고소함과 담백함이 국물의 풍미를 더욱 단단히 잡아주어 마치 산과 바다, 대지의 시간까지 모두 한 그릇에 담긴 듯한, 예상하지 못했던 조화, 상상할 수 없던 깊이를 느끼게 해주었다. 이건 그냥 음식이 아니라, 다롄이라는 땅과 바다가 만들어 낸 시간의 향이 담긴, 조용하고 진지한 한 그릇이었다.

차재용 셰프는 이렇게 말한다. “좋은 식재료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제가 왜 중국 다롄에 와있는지 궁금하다고 하셨는데, 오랜시간 몰디브에 있으면서 요리사로서 가장 그리웠던 게 바로 이 식재료였죠. 땅과 바다에서 정직하게 갓자란 싱싱한 것들 말예요. 성게도, 닭도, 송이도, 흑미도… 손대지 않아도 스스로 완성된 맛을 가진 재료들 덕분에 요리사는 오히려 물러서게 돼요. 저는 그저 이곳의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이 본연의 맛이 우리의 입에 그대로 전해지도록 인도할 뿐이죠.”
그의 말처럼, 이곳 다롄은 ‘요리사의 솜씨’보다 ‘자연의 맛’이 먼저 빛나는 도시다.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성게를 그날의 만두로, 깊은 숲에서 채취한 송이를 오늘의 탕으로 만들어내는, 시간과 정직함이 쌓인 식탁. 그건 그저 허기를 채우기 위한 단순한 한 끼니가 아니라, 미각을 통해 만나는 진정한 여정의 순간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중국 다롄으로 미식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이 진정한 여정의 첫발은 그랜드 하얏트 다롄의 중식당 다롄다롄에서 내디뎌 보자. 창밖에 펼쳐진 다롄의 드넓은 바다와, 그 바다를 담은 한 그릇의 요리가 이 도시의 미각을 가장 순수하게, 그리고 가장 특별하게 전해줄 테니 말이다.













